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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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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둘밥이 간다 전라도 편 #1 - 완주(201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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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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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농을 살리는 완주 꾸러미 밥상



이날은 적막한 알 속에 품어있던 ‘둘러앉은밥상’이 세상에 첫 발을 내민 날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앞의 농촌에는 어떤 현실이 펼쳐져 있을지 그간 글로 인식해온 다난한 문제들 속에서 둘밥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지,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마냥 설렘 반 걱정 반이 앞선다. 둘밥의 세 청년은 7월 23일 AM 7:00 사당역에 모여 전라도 완주로 출발하였다.  

완주행의 목적은 '꾸러미를 제대로 알자'였다. '꾸러미'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정에 직접 채소를 배달해주는 새로운 농산물 유통방식이다. 꾸러미 안에는 가정에서 일정 소비되는 신선한 채소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 채소들은 평소 우리가 접하는 얼굴없는 채소가 아니라 시골 어머님이 직접 꾸려 보내준 듯한 정감어린 그리고 바르게 키워진 농산물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로컬푸드 1번지라 불리는 완주군의 '건강한 밥상'은 군의 주도 하에 지역 농촌마을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잘짜여진 시스템, 믿음직한 먹거리로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둘러앉은밥상'은 운좋게도 완주군의 특별한 초대를 받아 꾸러미 체험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파격적인 Ice breaking!




 
AM 10:00 도착. 완주군청에는 이미 팸투어에 참석하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런 단체여행은 얼마만인가? 비록 가족과 함께 온 것은 아니지만 여행을 앞둔 다른 가족들의 함박웃음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내게도 흐뭇한 미소가 전염된다. 두근두근~♡

첫 번째 코스는 고산자연휴양림에 위치한 서바이벌장이었다. 첫 만남부터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건가? 영화배우들은 첫 만남부터 키스신도 찍곤 한다던데 첫 대면부터 서로에게 총을 들이대야 하는 이런 상황. 뭔가 파격적인 Ice Breaking이다.


전반 7분, 후반 7분의 서바이벌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흠뻑 젖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사이에 서로에 대한 어색함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한창 총을 쏘며 뛰어다닌 사이 빼꼽에서부터 찐하게 느껴지는 출출함. 밥을 먹으러 가야할 시간이다.


그곳에서는 다듬이질 소리가 들린다


죽은지 몇 분 만에 사람들은 모두 부활했고, 주린 배를 부여잡고 고산 창포마을로 향했다. 창포마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인상좋으신 창포마을의 유승진 사무장님 등장! 사무장님은 곧바로 창포마을을 소개 해주셨다. 주지하다시피 농촌고령화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의 농촌은 언제 화석화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선인장이 사막의 척박한 지반을 뚫고 굳건한 생명력을 자랑하듯, 농촌에서의 움직임은 그저 심상하지만은 않다. 농촌은 그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또 누군가 그곳에서 삶을 꾸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근본적 향심을 건드린다.  

그런 의미에서 창포마을은 기존 마을에 있던 자원을 모두 끌어모아 성대한 볼거리, 체험거리들을 훌륭하게 만들어 냈다. 지천에 있는 나물을 캐 비빔밥을 해먹는 묵나물체험을 실시했으며, 다듬이 소리를 이용한 다듬이 할머니 공연단을 구성하였다. 특히 다듬이 할머니 공연단은 SBS <스타킹>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실제 할머니 분들의 다듬이 소리를 듣노라니 경험해보지도 못한 고향의 정취가 아스라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다듬이 공연으로 한층 흥을 돋구고나니 잊었던  허기가 찾아왔다. 때마침 다듬이가 물러나고 밥상이 들어왔다. 산채비빔밥이다. 꽤 많은 체력소모로 지쳤있던 아이들의 눈이 어느새 똘망똘망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냥 먹는 것이 아니다. 음식이 어디로부터 나고 어떤 방식으로 조리되었는지 또 내 몸 어느 곳에 좋은지 설명이 필요하다. 부녀회장님께서 직접 나물들의 효능을 설명해주셨다.

오가피순나물은 향이 좋되 쓴맛이 났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금방 한 그릇을 비워냈다. 앞으로 꾸러미에 창포마을 나물이 온다면 모두들 지금 이 맛있는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까?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노력


한산한 공간에 완주 로컬푸드 '건강한 밥상' 집하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단순 하나의 유통업체가 도맡아 로컬푸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지자체와 연관해 대대적인 꾸러미 사업을 하는 데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 FTA를 비롯한 글로벌푸드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촌의 경쟁력은 점차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영농기반이 파괴되고 있으며, 기계식 농법과 단작으로 인해 농업의 다양화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얼굴 없는 먹거리, 약을 친 먹거리가 득세하는 실정에서 과연 한국인의 건강은 어디에 담보를 둬야 하는가.

기업농의 덩치에 스러져가는 가족농도 살리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꾸러미사업 즉, 건강한 밥상이었다. '건강한 밥상'의 탄생에는 치열한 고민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완주군의 믿을만한 먹거리는 집하장에 모두 모인다. 소농들은 철저한 자기검열과 시스템화된 검열의 결합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길러낸다. 먹거리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생존문제라는 철학 하에 말이다.

   

팸투어 모니터링단은 집하장을 둘러본 후, 완주군의 로컬푸드 정책의 추진동력과도 같은 지역경제순환센터로 자리를 이동했다.  먹거리에 관련한 재미진 레크리에이션을 마친 후 센터에서 준비한 <푸드주식회사>를 시청했다.



<푸드주식회사>는 산업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먹거리마저 대량생산체제를 선택, 결국 우리 밥상이 위협받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다량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사육되는 동물들, 인간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유전자 변형 작물들.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착취 및 횡포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이 스크린을 타고 흘러간다.

영화를 보고나니 완주 로컬푸드가 어떠한 철학으로 사업을 시작했는지 더욱 알 것 같았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농업농촌의 살 길이라는 기치 아래 완주는 지금도 안전한 먹거리 얼굴 있는 먹거리를 길러내고 있다.  


완주 꾸러미에는 어떤 마을들이 참여하고 있을까


인덕마을

꾸러미 안에 들어가는 농산물들은 개인농도 개인농이지만 마을단위로 생산되는 것들이 많다. 마을공동체의 협력아래 생산된 농산물들은 안전한 먹거리도 먹거리지만 무엇보다 마을의 특색이 담겨 있다. 모니터링단은 더욱 값진 꾸러미를 받기 위해 또 많은 이들에게 그것을 알리기 위해 이야기를 체험하러 간다. 처음은 인덕마을이다.



인덕마을은 완주로컬푸드의 생산마을 중 하나이다. 생산마을과 로컬푸드는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한다. 농산물의 가격은 워낙 유동낙차가 커 안정된 가격으로 거래되기가 힘들다. 하지만 완주로컬푸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된 가격 형성이 가능하다. 인덕마을 이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기존에 로컬푸드에 납품하는 참나물의 계약가는 8,000원이다. 이는 시장가 6,000원 보다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비가 온 후 참나물의 시장가격은 12,000원까지 급도약했다. 그래도 우리마을은 원래거래하던 가격대로 8,000원에 납품한다. 농산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유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농산물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이 들쑥날쑥한 가격이다. 그리고 다단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상승되는 비용이 그대로 소비자가에 반영된다는 점. 하지만 유통단계가 간소화된 이 로컬푸드는 일정한 가격으로 신선한 농산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생존을 책임지는 이런 연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저 바람직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마을소개를 받은 이후 이후 모니터링단과 둘러앉은밥상은 참나물캐기 체험에 돌입했고, 참나물로 전을 만들어 둘러앉은밥상을 이루었다.




경천 요동마을


“여기가 주막뜸이랴, 예전에 정자나무 있던 곳에서 여까지 전부 주막이여. 지금은 바깥뜸이라 그러지. 왜 주막뜸이냐면, 옛날에 원님이 다니던 길이거든요. 요(여기) 정자나무 위에 쪼끔 올라가면 원터거든요. 원(님)이 전주를 갈라믄 항상 원터에서 쉬어서 가셨다 이거요. 원님이 가면 인제 밑에 따라다니는 사람들 많이 있을 것 아녀. 원님이 원터에서 주무시면 나머지 분들은 주막거리에서 약주를 잡수고 그랬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막뜸 주막뜸’ 한 거여. 싱그랭이라는 것은 정부에서 시켜서 그런 건가 모르겠는데, 옛날에 짚신 신고 다니면(이곳을 지나가면) 항상 집신을 삼아서 여기다 걸어놔요. 그러면 원님이 됐던 누가 됐던 그걸 바꿔 신고 갔다는 데서 싱그랭이라고 유래가 됐어요.”

신을 걸어 놓는다고 해서 싱그랭이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요동마을은 꾸러미에 들어가는 두부를 생산하는 곳이다. 콩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몇몇 대형업체들과 달리 이곳 두부재료가 되는 모든 콩은 이곳 마을에서 전량 생산된다. 영농조합 대표님의 말씀을 듣는 중 비가 보슬보슬 내려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해주었다.

마을 설명을 간단히 들은 후 두부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싱그랭이 두부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콩을 가는 맷돌방식에서부터 가마솥에서 직접 끓이는 가열방식까지. 게다가 대표님께서 직접 신안까지 가 천일염을 공수해 천연간수를 사용한다고 하니 어느 하나 정성이 깃들지 않은 부분이 없다.  


 
순두부상태를 맛보는 둘러앉은밥상의 혁준군. 맛이 아주 꼬숩다


꾸러미에 포함되는 두부는 만들자마자 새벽에 바로 배송된다고 한다. 뜨끈뜨끈한 두부. 바로 만든 두부를 모두가 둘러앉아 볶은김치에 싸먹었다. 능숙하게 두부에 김치를 올려 먹는 아이들. 게다가 비오는 날에 피해갈 수 없는 막걸리 까지... (아이들은 마시지 않았다)


 

운주 삼거리 마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마을은 운주 삼거리 마을이다. 삼거리마을의 컨셉은 '선녀와 나뭇꾼'이다. (하지만 선녀는 없고 나뭇꾼만 있어서 아쉬웠다) 삼거리 마을은 마을공동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지만 얼마 전 밥상대회에서 일등을 할 정도로 단시간 성과를 내고 있다. 마을 분들이 준비해주신 밥상대접을 받고 나니 과연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거리마을에서 직접 기른 닭으로 백숙과 닭볶음탕을 먹었다. <푸드주식회사>에서 봤던 닭들처럼 공장식으로 기른 것이 아닌 자유롭게 뛰놀던 닭이라 그럴까? 맛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백숙에 엄나무, 구지뽕, 인삼이 들어가 있어 둘밥 청년들의 기력이 순식간에 증강되는 것을 느꼈다.


밥을 먹은 후에는 닭모이주기 체험.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이라 그럴까. 유난히 즐거워 한다.



이로써 완주 로컬푸드 모니터링단의 팸투어를 마쳤다. 우수모델인 완주군의 꾸러미를 배우러 갔던 둘밥은 성대한 밥상을 끊임없이 받아서 그런지 몸무게가 5kg쯤은 족히 찐 것 같다. 하지만 몸무게 만큼이나 마음도 함께 쪘다. 완주군의 군에서부터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가 상생하는 길을 찾아 한 마음으로 진행하는 로컬푸드는 보고 체험하는 것만큼이나 가치를 배가 시켰다. 내 밥상과 내 건강은 그리고 우리의 농촌을 누구의 손에도 맡겨서는 안된다는 의지. 그리고 이렇게나 재밌는 이야기들. 완주군의 꾸러미에는 그저 농산물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완주편 끝>

사진을 더 보고 싶으시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 ☞ (완주편 사진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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