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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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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둘밥이 간다 전라도 편 #3 - 해남, 구례(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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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4-09-05
  • 추천 50 추천하기
  • 조회수 603



땅끝의 기운 해남 그리고 참거래농민장터


 
둘밥청년들은 강진에서 김은규 선생님께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여행가이드를 받고 잠자리까지 얻었다. 민폐인지 알면서도 꿋꿋하게 신세를 지는 우리는 그야말로 '둘러앉은밥상'이다. 아침일찍 일어난 우리는 앞으로도 갈길이 멀기에 여행채비를 서둘렀다. 아쉬움을 뒤로 남긴채 김은규 선생님과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인 해남으로 출발했다. 해남에는 찾아뵐 분들이 많다.


농민운동의 기를 받아

페이스북에 '둘밥이간다' 공지를 올려놓고 보니 평소 우리에게 좋은말씀을 많이 해주시던 고영하 선생님께서 해남의 민인기 선생님을 만나보라며 추천을 해주셨다. 민인기선생님은 수십년 간 농민운동을 해오신 분으로 그야말로 농촌문제를 위해 헌신해 오신 역사의 산증인이셨다. 고영하 선생님께서 미리 연락을 해주신 덕분에 우리는 수월하게 민인기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민인기 선생님을 만나뵙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받아보니 선생님께서는 정말 '둘러앉은밥상'이란 놈들이 가진 거라곤 몸뚱아리밖에 없다는 것을 아시고 뜨악하신 듯했다. 우리로서는 워낙 자주 겪는 일이다 보니 낯선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젊은 몸뚱아리 하나 믿고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의 일을 진행하는 청년들이 대견하셨는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선생님께서는 농촌현실과 사업방향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농촌의 물가 불안정과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듣다보니 우리는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민인기 선생님께서 많은 격려를 해주셨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 대한 기특한 감정이 깊어지셨는지 해남의 많은 인사분들을 소개해 주셨다. 아~ 어딜가나 사랑받는 '둘러앉은밥상' 얼굴이 붉어진다. 잠깐동안이었지만 우리는 농촌문제 타계에 앞장서 오신 대선배님을 만나뵙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맛난 소머리해장국까지 한사발 얼큰하게 들이키니 다음 코스로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해남의 공기에 취해, 술에 취해

사회적기업 둘러앉은밥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교 은사님께서 전화가 왔다. 이유인 즉슨 해남에 형님이 배추농사를 하시니 한 번 찾아뵈라는 것이다. 일단 해남을 가기로 한 이상 어디라도 못 갈쏘냐. 당장 찾아뵙는다고 했다. 해남지역자활센터를 떠나 북평면 남창리로 떠났다.


이무진 선생님께서 오실 때까지 막간을 이용해 동전던지기를 하고 있으려니 멀리서 교수님과 똑같이 생기신 분이 오신다. 이무진 선생님이다. 만나자마자 곧바로 인사를 한 후 "밥 안먹었지? 밥먹으러 가자."라며 우리를 횟집으로 데려가셨다.

해남의 바닷가를 보며 먹는 회의 맛이라. 게다가 소주까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술을 한모금도 못마시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술을 잘 마시게 생겼다고 하지만 나의 간은 이미 나의 얼굴을 배신했다. 집안 내력으로 술을 한모금도 못한다. 하지만 그날은 왠일인지 식도에서 소주를 빨아들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마시는 술이라서 그럴까. 좋은 분을 만나 마시는 술이라서 그럴까. 소주를 연거푸 세 잔을 들이킨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분명 내가 쓰러지기 전에는 유쾌하면서도 농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특히 농업정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농촌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또한 청년들이 부족한 농촌에서 이무진 선생님께서는 많은 역할을 하고 계셨다. 이장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셨고 정부를 농촌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역할까지. 우리는 또다시 많은 힘을 받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낮술자리는 정리된 상태. 내가 잠든 사이에 또 얼마나 유익한 이야기가 오갔을까. 억울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우리는 마을단위로 운용되는 배추시설을 확인한 후 교수님의 부모님을 뵈었다.


격렬한 작별인사를 끝내고 우리는 또 다음코스로 이동해야 한다.


잠깐 술을 깨고


운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둘이 취기가 조금 올랐기 때문에 다음 방문지에 도착하기 전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었다. 차를 세우고 카메라에 타이머를 맞춘 후 바보같은 짓을 했다.



농업을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계신 해남

페북친구이신 신상보 선생님과 이경임 선생님께서 마침 저녁만찬이 있으셔서 친히 우리를 식사에 초대해주셨다. 둘밥청년들 먹을 복 터졌다. 증말. 일단 신상보 형님 댁에 방문하여 직접 농사지으시는 밭도 방문하고, 생전처음 미니 밤호박도 봤다. 한민성 대표는 1박 2일의 강호동이 빙의 되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붙임성있게 잘한다.


이경임 선생님 댁에 가서는 카메라 이상 때문에 많은 사진을 남기진 못했지만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특히 우리는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농산물은 사람의 몸안에 들어가 사람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지고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만큼 소비자들은 그 가치를 알아야 하고 인정해야 한다. 농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직접 텃밭에서 기른 작물로 만들어진 채소들. 아~ 지금 생각해도 군침이 사~악 돈다.


참거래 농민장터를 방문하다

둘밥이 평소 주시하던 사이트가 있었다. 이름하야 참거래 농민장터 (http://www.farmmate.com) 대기업에서 운영하지 않는 온라인 직거래 사이트로서는 가장 오래된 곳이다.


 
농민분들이 직접 재배한 작물들을 경매나 여타 기관들에 헐값에 넘기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며 소비자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은 인터넷에서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참거래농민장터는 그 일을 오래간 해왔다. 조태용 대표님께 미리 연락을 드리고 방문을 했다.

이러한 사업을 오래간 이어왔다면 매우 강한 인상의 분일 거라 생각했다. 헌데 조태용 대표님은 서글서글한 인상에 매우 젊은 미남자 분이셨다. 그리고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1시간 가량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감명 깊은 대화를 몇 개 소개하자면

" 이 사이트를 운영하시려면 정말 악착같이 하셨겠어요."
"아뇨. 오히려 악착 같다기 보다는 마음을 비워야 가능한 일이죠."

"농부님들의 신뢰는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전 얼굴만 보면 압니다. 오랫동안 농사지어오신 분들은 거짓말 안 하시거든요. 그게 얼굴에 드러나요."

"어떤 철학으로 사이트를 운영하시나요?"
"뭐. 거창한 건 없습니다. 그저 이자리에서 묵묵히 농민분들이 찾아주시는 걸 기다리는 거죠. 그저 하나의 판로가 될 수 있다면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참거래 농민장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언뜻 봐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표님처럼 강한 철학과 선함이 전제되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프라인 매장도 사람이 없는 구례에 내신 대표님은 "이 지역에서 난 작물을 이 지역 분들이 드실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라며 또 한 번 우리를 감동시키셨다.

과연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마지막 행선지인 참거래 농민장터에서 우리는 많은 고민거리를 안고 서울로 올라왔다.



여행을 마치며


전라도 투어를 다니며 우리가 하나같이 들은 말은 "힘들다"는 것이었다. 세상 어떤 일이 힘들지 않겠냐마는 농업유통이라는 부문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또 하나같이 들은 말은 "너희같이 젊은이들이 이런 힘든 일을 하겠다는 것이 대견할 뿐이다"이다.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 그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계속 스스로에게 강한 질문을 던지고 강한 대답을 해나가다보면 확실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여행이없다.

둘러앉은밥상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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