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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밥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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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두를 빗는 저녁 - 내가 시어머니한테 못 배운게 하나가 있어. 그걸 좀 배웠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네.
작성자 둘밥맨 (ip:218.152.83.27)
  • 평점 0점  
  • 작성일 2015-04-07
  • 추천 37 추천하기
  • 조회수 1041

- 내가 시어머니한테 못 배운게 하나가 있어. 그걸 좀 배웠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네.
- 할머니한테요?
- 어 식혜를 담그시면 늘 뽀얗게 쌀뜬물 같이 만드셨었어
- 그건 생강 때문인가?
- 아니야 그건 아니야

평일 갑작스런 어머니 호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만두국이다. 만두가 우선 좋고, 만두국에 밥을 말아 김치를 올려 먹는 일은 정말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시집 올 때, 어린 나이로 음식하나 무엇하나 손 댈 줄 모르셨다는 어머니는 할머니께 만두 빗는 법을 배우셨다고했다. 이 만두는 이북에서 내려오셨다던, 할아버지께서 아버지 어릴적에 할머니께 알려주신 것이고, 그 방법을 어머니께서 받으신거다. 

반죽을 미리해두고 아랫목에 반나절을 삭히고, 그 반죽을 두발로 올라서서 밟는 일은 늘 내 담당이었다. 부엌에서 언젠가 만두를 삶으 실때, 어머니께 무엇인가 감사함을 표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말을 했었다.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가는거 같아요" 

그때가 10살 무렵이 었던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참 세월이 빠르구나 싶다. 만두 빗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지하고 동생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화장도 안했는데 어딜 찍냐는 어머니는 메니큐어를 이쁘게 칠했으니, 손은 찍어도된다 허락하셨다. 재료 하나하나를 칼로 직접 다지시던 어릴적만두 와는 조금 다르지만, 들어가는 김치부터 만두피 까지 자신의 손을 거쳐야 직성이 풀리시는 이 만두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이 만두를 대하는 것도 몇년만인거 같다. 그렇게 가족이 총출동해서 어머니가게 한 켠에서 만두를 빗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싸서 빗는 만두 속 넣는 나의 솜씨는 그대로 이다. 이 만두는 만두국에 넣으면 다 터지겠지.

만두피를 넓히는 작업은 어머니께서 담당하셨다. 내가 나무 봉을 빼았아 보았지만, 손이 너무 느리다는 핀잔이 먼저 왔고, 어머니께서 하시면 고르게 펴지고 곱게 나왔지만, 또 빠르게 나왔지만, 가게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가 생겼다는 손바닥 멍울 자국에 마음이 아련하다. 병원에 가시라 말씀드렸더니, 병원에 가면 돈이 얼마인데 병원에 가냐 하신다. 내가 그제 먹은 밥 몇끼 값이면 병원에 가시고도 남을 텐데, 내가 좀 더 바지런 하게 움직였다면 그런 걱정 없으셨을텐데.

그러다가 준비한 만두국이 익었고, 맛이 조금 심심한거 같다 하셨다. 가게에서 급하게 육수를 뽑느라 멸치국물을 제대로 못내셨다고 했는데, 내가 느끼는 심심함은 좀 달랐다. 정말 맛있고 값지다 생각했지만, 심심하게 아린 것이 어머니의 검은 멍울이 그 모습에 혀에 닿아 아린 것 같았다. 

집에서 잘익은 김치가 아니라, 가게에서 급하게 익은 김치라서 아린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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