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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 년 전 문학을 대하는 나쓰메 소세키에게서 오늘의 농업에 대해 듣다.
작성자 둘밥맨 (ip:218.152.83.27)
  • 평점 0점  
  • 작성일 2015-03-11
  • 추천 36 추천하기
  • 조회수 662




청년 학생에게 고한다. 장래가 창찬한 시기에는 자기 전문학업에서 무엇인가 공헌하려고 하기 전에 우선 전반적으로 정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동서고금 수천 년의 서적을 독파하려고 계획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면 백발이 돼도 끝내 전반적으로 정통할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아직껏 영문학 전체에 정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보다 20~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정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력을 다해 구입한 책을 모조리 읽고, 읽은 부분에 방주를 달고 필요할 때마다 노트에 적었다 (* 파리머리처럼 가는 글씨로 약 20센티두께에 달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5~6개월이 지나자 왠지 어떤 실체가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시 내 예상으로는 귀국후 10년을 잡아 충분히 연구하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는 후에 세상에 물을 생각이었다... 귀국하자마자 나는 갑자기 도쿄대학 영문학 강사로 위촉받았다. 나는 애당초 이러한 목적으로 외국 유학을 떠난 것이 아니었고 이러한 목적으로 귀국한 것도 아니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담당하여 교수할 정도의 실력도 없을 뿐더러 나의 목적은 전부터 문학론을 완성하는 데 있었기에 학생을 가르치는 일 때문에 내 숙원이 방해받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따라서 일단은 사양하려 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도 완성되지 못하고 미완성품인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학계는 바쁘다. 다망한 학계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곱절 바쁘다. 충분하지 못한 곳을 보충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이어야 할 부분을 잇고 그렇게 한 뒤 세상에 물으려 하면 내 신변 상황이 완전히 변하지 않는 한 평생을 보낼지라도 끝내 세상에 물을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이 미완성 원고를 간행하는 이유다. 분명 미완성 원고이기 때문에 현대의 학생을 가르치려 한다든가 문학이 어떠한 것인가를 이해시키려는 의도는 없다.


 세상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읽고  난 후에 무엇인가 문제에 봉착하고, 그들에게 무엇인가 의문거리를 제공하고 혹은 책에서 말한 것보다도 한발 전진하고 두발 개척하여 향상을 도모하는 데 길을 제시할 수 있다면 내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학문의 전당을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고 한 사람이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자신이 그 건립에 약간의 노력을 기부한 것을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나쓰메 소세키- 문학론 서,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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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업계획서를 세우고, 몇년을 돌아 보니, 그때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했던 것들이 사업화 되고있다. 1인가정을 향한 소품종 선택 배달, 레시피 전용 꾸러미, 환자식 꾸러미, 농가직판매장 등. 농가를 알게 하기위해서는 직접 맛보고 손 닿아 봐야한다는 생각에 체험을 놓치기 싫었고, 농가를 탐구하는 노력을 줄이지 않고자했다.



가만 보면 농협 같은 전국인프라를 갖춘 기업도 잘 행하지 못하는 일들을 모두 하고자 함이었다. 이는 소세키가 자신의 책 문학론 서두에서 밝힌 창찬한 시기에 정통함을 목적으로 두는 것과 같았다.




그의 말처럼 학계는 바쁘고, 시장 역시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전당이라는 것은 그의 말처럼 하루 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고, 한 개인의 몫으로 뜻을 관철하거나 이룰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농촌이 갖는 불합리함과 어려운 현실 그리고 모순된 상식들도 그러한 것일 게다. 애초에 단번에 정리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끊임 없는 퇴적. 거대하게 꿈을 꿀 강이나 바다 이전에  숲속의 냇가의 물이 끊이 없이 흐르는 것처럼. 흐름의 줄기 속에서 두 발을 단단히 고정하고 디디는 힘이 우선이고 그 물줄기를 막아서 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돌맹이 하나로 물의 방향이 바뀌듯 자리를 잡는 지식이 필요하다.



이는 어떤 기지나 대안에서 나오기보다, 바둑에서 말하는 고수의 바둑에는 묘수가 없다는 것처럼, 정석의 돌에서 나온다. 작은 물살에 겁의 세월이 보태져도, 흔들리지 않는 자리를 잘 잡는 자세.



오늘 밤은 그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둘러앉은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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